d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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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ultMemo

2026년 7월 1일 · 실험

검색도 안 되고 백업도 없는 메모장을 만들었다가, 왜 그게 틀렸는지 배웠다

왜 만들었나

어릴 적 비밀일기장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요즘 메모 앱들은 너무 친절하다. 검색해주고, 키워드를 뽑아주고, 연관된 노트를 추천해준다. 편리하지만, 그만큼 내용이 짐작 가능해진다. 목록만 훑어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읽힌다.

그게 싫었다. 그래서 반대로 갔다. 검색을 없애고, 키워드 노출을 없애고, 내용을 암호화했다. 열쇠를 아는 사람만 열 수 있는 상자.

뭐가 막혔나

정작 어려웠던 건 암호화가 아니었다.

써드파티 연동이 낯설었다. GitHub, Netlify, 도메인, DNS — 코드를 쓰는 것보다 이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 훨씬 오래 걸렸다. 개발자들에겐 공기 같은 것들이겠지만, 나에겐 전부 처음이었다.

그리고 도구 생태계 자체가 낯설었다. PowerShell, Claude Code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그 위에 얹는 것들이 있었다. deep-plan 같은 플러그인, Ghostty 같은 터미널. 게임으로 치면 모드(mod) 같은 것들이다. 본편만 해도 되지만, 모드를 알면 같은 노력으로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온다.

Ghostty가 맥 전용이라는 걸 모르고 윈도우 버전을 한참 찾기도 했다. 이런 기초적인 데서 계속 걸렸다.

뭘 배웠나

지금은 안 쓴다. 데이터를 너무 자주 날려먹었다.

비밀일기장이라는 개념에 충실하려고 클라우드 백업을 아예 빼버렸는데, 그게 틀렸다. 브라우저를 정리하면 메모도 같이 사라졌다. 안전하게 만들려다가 잃어버리기 쉽게 만든 셈이다.

프라이버시와 지속성은 대립하는 게 아니다. 암호화한 채로 백업하면 둘 다 된다. “클라우드에 안 올리면 안전하다”는 건 게으른 설계였다.

돌아가는 물건을 만드는 것과, 계속 쓸 만한 물건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알게 된 게 이 프로젝트의 진짜 소득이다.